한화 이글스 역전패 (마운드 붕괴, 사사구, 불펜 운영)

한 경기에서 사사구(四死球) 18개. 숫자만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4월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5-0으로 앞서다가 7~9회에만 6점을 내주며 5-6으로 역전패를 당한 경기입니다. 저는 경기를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스코어와 기록만 뒤늦게 확인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열이 올랐습니다.

마운드 붕괴,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

한 경기에서 18개의 사사구(四死球)가 나왔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수치인지,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겠습니다. 사사구란 투수가 타자에게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무조건 출루를 내주는 것을 뜻합니다. 즉 안타 하나 맞지 않고도 주자가 쌓인다는 이야기입니다. KBO리그 한 경기 평균 사사구는 팀당 3~4개 수준인데, 이날 한화는 혼자서 18개를 내줬습니다.

선발 문동주는 5이닝 102구를 던지며 6피안타 5사사구를 기록했습니다. 제가 기록지를 보면서 "그래도 무실점이면 선방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불펜 투수만 9명이 등판했고, 마무리 투수인 김서현을 포함해 황준서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사사구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특히 눈에 띈 수치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전체 사사구 18개 중 김서현이 8회와 9회에 혼자 7개를 기록했습니다.
  2. 김서현은 밀어내기 볼넷으로만 4점을 허용했고, 폭투로 1점을 추가했습니다.
  3. 9회 선발 대체 자원인 황준서까지 투입되며 불펜 자원 9명이 소진됐습니다.
  4. 팀 전체 자책점은 경기 내내 0이었다가 7~9회 단 3이닝에 집중됐습니다.

밀어내기(押出) 볼넷이란 만루 상황에서 볼넷을 허용해 강제로 1점을 내주는 것입니다. 안타도 필요 없이 그냥 공을 못 던져서 점수가 나는 가장 허탈한 실점 형태입니다. 김서현이 이 방식으로만 4점을 허용했다는 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최고 구속 152km짜리 직구를 가진 투수가 제구(制球) 하나 때문에 무너졌으니까요. 제구란 투수가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지는 능력을 말합니다.

사사구와 불펜 운영, 무엇이 더 문제였나

이번 경기를 보면서 저는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터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투수 개인의 제구 문제, 다른 하나는 벤치의 불펜 운영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어느 쪽이 더 심각하냐고 물으면, 저는 운영 쪽이 더 이해가 안 됐습니다.

4아웃 세이브(4-Out Save)란 마무리 투수를 통상적인 9회 시작 시점이 아니라 8회부터 일찍 올려 총 4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하게 하는 전략입니다. 리드를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선택지이긴 한데, 이날처럼 이미 불펜 투수들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를 일찍 소모한 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습니다. 9회에도 안정을 찾지 못한 김서현이 밀어내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동점과 역전을 허용했으니까요.

더 이해가 안 됐던 건, 역전까지 당하고 나서야 황준서를 올렸다는 점입니다. 황준서는 선발 로테이션 자원입니다. 불펜 소진이 극심한 상황에서 선발 투수를 잔류 아웃카운트 하나를 처리하는 데 쓰는 건,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릴 장면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운영이 반복되면 팬들 사이에서 감독에 대한 신뢰가 가장 먼저 흔들립니다. 실제로 이날 경기 이후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감독 운영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고, 다른 팀 팬들까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시즌 전 한화는 지난해 필승조 불펜으로 활약했던 한승혁과 김범수를 모두 다른 팀으로 보냈습니다. 불펜 투수는 소진이 빠른 포지션이라 매 시즌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는 건 사실입니다. 저도 그래서 젊은 투수 중 누군가가 채워줄 거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을 보면 그 기대가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펜진의 평균 볼넷 허용률을 보면 리그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출처: KBO 공식 기록). 개인 기록 수치만 봐도 이날 경기가 우연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즌 불펜 전망,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화 불펜은 앞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구조적인 문제가 너무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닝이터(Inning Eater)란 한 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해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말합니다. 선발 문동주가 5이닝을 막아줬지만, 이후 남은 4이닝을 9명의 불펜이 돌아가며 처리해야 했습니다. 선발이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이닝이터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불펜 소진을 막을 수 있는데, 지금 한화 선발진이 그 역할을 꾸준히 해주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홀드(Hold)란 중간 계투 투수가 팀의 리드를 지키며 마무리 투수에게 공을 넘겨줄 때 기록되는 수치입니다. 즉 필승조 중간 계투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지표인데, 이날 경기에서는 사실상 홀드 조건을 충족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불펜 투수가 흔들리고, 마무리 투수도 흔들리고, 결국 선발 투수까지 마지막에 올라오는 상황이 됐습니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인 스탯티즈(Statiz)에서 한화 불펜진의 피BB%(볼넷 허용률) 수치를 확인해 보면, 이날 경기가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현재 불펜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수치를 살펴봤는데, 팀 불펜 통산 볼넷 허용 수가 리그 최하위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7~9이닝 역전패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날 경기를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스코어와 기록만 찾아보다가 혼자서 열을 받았습니다. 야구를 끊어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기록지를 뒤지고 있는 게 팬 심리인 것 같습니다. 한화의 젊은 투수들이 분명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 가능성이 실력으로 이어지려면 투수 개인의 성장도 필요하지만, 벤치가 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운영을 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4연패로 고개를 떨군 이날 경기, 한화 팬이라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www.starnewskorea.com/sports/2026/04/14/2026041415262976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