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옌청 첫 등판 (제구 불안, ABS 적응, 시범경기)
한화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했을 겁니다. 왕옌청, 과연 KBO에서도 통할까? 12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그 답의 일부가 나왔습니다. 3이닝 5사사구.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 역시 스프링캠프 때 보여줬던 안정감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솔직히 이번 등판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범경기라는 특성상,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구 불안, 1회부터 드러난 문제점
첫 이닝부터 왕옌청의 제구력(球體制御力)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제구력이란 투수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공을 던지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날 왕옌청은 이 부분에서 크게 흔들렸습니다. 선두타자 김지찬을 9구 만에 볼넷으로 내보낸 순간부터 경기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김성윤 안타, 최형우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만루. 제가 직접 현장에서 지켜봤더라면 아마 한숨부터 나왔을 겁니다. 디아즈를 뜬공으로 잡아내며 잠시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이재현에게 또다시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결국 강민호의 좌전 안타로 2점이 홈을 밟았고, 1회에만 3점을 내줬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사사구(四死球)의 비율입니다. 사사구란 볼넷(四球)과 몸에 맞는 공(死球)을 합친 용어로, 투수의 제구 불안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3이닝 동안 5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는 건, 이닝당 1.67개꼴로 주자를 내보냈다는 의미입니다. KBO리그에서 성공하려면 이닝당 사사구가 0.3~0.4개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출처: KBO 공식 기록), 왕옌청은 이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기록한 셈입니다.
ABS 적응,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제
왕옌청이 어려움을 겪은 또 다른 이유로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적응 문제가 거론됩니다. ABS란 심판의 주관이 아닌 기계가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판정하는 시스템으로, 2024년부터 KBO 2군에 도입됐고 올해 1군까지 확대 적용됐습니다. 일본 2군에서 뛰던 왕옌청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인 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ABS 도입 이후 외국인 투수들의 적응 과정을 계속 지켜봐 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코너워크(corner work)에 자신 있던 투수일수록 초반 혼란이 컸습니다. 코너워크란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를 공략하는 투구 전략을 말하는데, ABS는 이 경계선을 기계적으로 정확히 판정하기 때문에 기존 심판 판정에 익숙했던 투수들은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왕옌청 역시 스프링캠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ABS가 적용되는 실전 상황에서는 자신의 구위(球威)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구위란 공의 속도와 회전력을 결합한 위력을 의미하는데, 제구가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구위를 가져도 타자를 제압하기 어렵습니다. 2회 볼넷, 3회 몸에 맞는 공까지 더해지며 제구 불안은 끝까지 이어졌고, 한화 벤치는 결국 4회 이상규를 올리며 왕옌청의 마운드를 조기 종료시켰습니다.
시범경기,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그렇다면 왕옌청은 정말 실패한 영입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범경기란 말 그대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점검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다가도 정규시즌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왕옌청의 이력을 보면 충분히 기대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 2군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고, 1군 승격 가능성도 높았던 선수입니다. 한화가 특유의 스카우팅 능력으로 영입에 성공한 케이스죠. 게다가 2026 WBC 대만 대표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입니다. 제가 스프링캠프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 선수가 야구에 임하는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화 팬들이 왕옌청에게 거는 기대는 단순히 불펜 역할을 넘어섭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안정적인 한 축을 담당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물론 이번 등판처럼 계획한 대로 피칭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아직 시즌은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다음 등판에서는 오늘의 문제점들을 수정하고 보완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습니다.
- 제구 안정화를 위한 불펜 투구 강화
- ABS 스트라이크 존에 맞춘 투구 패턴 재조정
- KBO 타자들의 타격 성향 데이터 분석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점검하고 준비한다면, 왕옌청은 분명 다음 기회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저는 시범경기 한두 번의 결과로 선수를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왕옌청 본인도 아쉬움이 클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쌓여야 진짜 성장이 시작되는 법입니다. 만약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오늘과 같은 제구 불안이 지속된다면 그때 가서 심각하게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왕옌청이 이 과정을 잘 소화하고, 한화의 든든한 선발 자원으로 자리 잡기를 응원할 때입니다.
--- 참고: https://www.maniareport.com/view.php?ud=2026031220170994646cf2d78c68_19